소송구조 결정과 구조사건 변호사
소송구조 결정문을 들고 여러 군데 법률사무소를 다녀봤지만 모두 손사래를 치며 사건을 수임하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1심 때는 변호사회관에서 추천해 주는 명단에 따라 정해진 순번의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2심에 이르러서는 변호사회관에서도 추천해주지 않을뿐더러 순번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패소한 사건을 번복하기 위한 수고로움과 재판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부담에 비해 보전 받는 수임료가 턱없이 적기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민원인으로서는 승소가능성의 판단을 거쳐 경제적 어려움이 인정되어 구조결정이 났으면 제도적으로 소송구조 변호사 수임까지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형식적으로 구조결정만 내려놓고 수임문제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라고 하면 결국 웃돈을 얹어서 이면계약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정곡을 짚은 의미 있는 지적이었습니다.
변호사 수임계약이 제도적 보장으로 까지 인정되지 않는 현실은 과거 엘리트주의의 관성에 따른 시장주의 와의 부조화 때문입니다. 입법자가 소송구조를 설계할 당시 정의, 자유, 평등의 가치실현과 인권보장의 등대가 되어줄 변호사의 고귀한 사명감만 앞세운 나머지 인간 본성인 탐욕을 간과한 탓입니다. 즉 지나치게 이상주의에 기울어 탁상행정의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변호사도 사업자이며 손익을 계산할 수 있는 합리적 인간입니다.
사법시험 제도가 있을 때는 세금으로 후반기 사법연수원 교육을 받은 대가로 공익활동을 도의적으로라도 요구할 수 있었지만, 자비를 들여 로스쿨 교육을 이수하고 나오는 현 제도 하에서는 막대한 교육비용의 원가회복을 막아설 명분이 없습니다.
구조결정이 이루어지면 재판비용과 변호사·집행관의 보수와 체당금 등이 지급유예 되고, 소송비용의 담보면제, 그 밖의 비용의 유예나 면제를 받게 됩니다(민사소송법 제129조 제1항). 납입 유예된 소송비용은 해당 심급의 재판결과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을 받은 당사자가 지급해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132조 제1항).
이 경우 국가가 소송비용의 추심권을 가지는데, 소송비용 부담자가 무자력인 경우에는 국고부담으로 돌아갑니다. 변호사·집행관도 소송비용 부담자에게 보수를 추심하게 되는데, 역시 소송비용 부담자가 무자력인 경우에는 국고에서 상당한 금액을 지급합니다(민사소송법 제132조 제2항, 제3항, 제129조 제2항).
이와 같이, 구조결정은 원칙적으로 비용의 지급유예이지 비용면제가 아닙니다(이시윤 신민사소송법 제6판 박영사 2011, 260면). 소송결과에 따라 종국판결에 부대하는 소송비용 부담 재판에서 비용부담자로 될 당사자가 국고나 해당 변호사·집행관에게 지급할 것을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 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구조결정에 있어 무자력인 구조신청인에 대하여는 패소가능성을 더 따져 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승소의 가망이 없는 때’(1990. 1. 13. 법률 제4201호로 일부개정 되기 전 민사소송법 제118조 제1항 단서)에서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가 아닌 때’(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항 단서)로 구조요건을 완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재판부의 고민은 남습니다.
구조대상 무자력의 당사자가 승소하기를 기대하고 구조결정을 한다는 것도 난센스인데다, 구조결정을 받은 당사자가 패소할 경우 국가가 결과반가치에 동조한 결과가 된 것을 견디기도 힘들뿐더러 비용추심이 불발될 경우 국고부담이 늘어 곤혹스럽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조사건 소송대리인도 무자력의 당사자에게 승소가망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법무사가 소송구조 사건을 도울 수도 없습니다. 우리 「민사소송법」은 소송대리만을 규정할 뿐 소송행위의 대행은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송사건과 비송사건절차법을 준용하는 조정사건도 구조대상이 아니므로(대법원 2009. 9. 10. 자 2009스89 결정) 법무사가 보완재로 작용하기도 어렵습니다. 조속히 개정해야 할 입법상 흠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법무사가 작성하는 법원과 검찰청에 제출하는 서류라고 하는 것이 단품 처방의 서식 정도에 머물뿐 실체적 권리관계에 관한 전략적 문안까지 작성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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