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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

편법상담

by 법나루 2024. 3. 1.

 

강제집행면탈 위한 상속재산 협의분할

 
 내담자는 근자에 모친 상을 치르고 상속재산인 예금인출에 대해 문의하였습니다.
 3남1녀 중 1녀가 신용불량자이고 다른 형제들은 상속재산에 관심이 없어 가장 애가 타는 1녀만 발을 동동구르는 상황, 큰오빠가 대신 물어보러 왔다고 합니다.

 상담요지는 기초생활수급자이고 조세체납과 채무초과 상태인 1녀에게 상속재산이 발견되면 즉시 체납처분과 강제집행이 들어올 텐데 어떻게 하면 이를 피해서 상속재산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지, 다른 형제들이 어떻게 하면 되는 지였습니다.
 상담을 청하신 분은 어떤 묘수가 나올지 눈을 반짝이며 주옥같은 해답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되돌려 받은 답은, "조세회피나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한 편법에 관한 상담은 사법접근센터의 상담 대상이 아닙니다."였고, '모르니까, 몰랐으니까, 알았다면 그랬겠나'와 같은 변명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이끌지 못했습니다.
 무안했던지 말이 길었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다 한국사회에서 알아주는 번듯한 직업으로 잘 살고 있고, 상속재산으로 모친이 남긴 예금 해봐야 1억원도 안 되는 돈이라 관심도 없지만, 여동생이 하도 안스러워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지 무슨 불법을 공모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편법인 줄도 몰랐다며 역정을 냈습니다.

 '강제집행이 들어오면 집행을 당해야 마땅하고, 그것이 정의이고, 그걸 피하려고 하면 그 자체가 불행이며, 재산이 생겼으면 제일 먼저 빚부터 갚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채권자들 눈에 피눈물 나는 걸 왜 생각치 않는가'라는 의문에 '사채업자들이라 당해도 마땅하고 이자도 많이 받아 챙겼다'는 논박에 논점일탈의 오류를 지적하자, 마땅한 반박논리를 떠올리지 못한 듯 "갚아야죠, 그치만 가능하면 안 갚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상담을 청한 것 아닙니까"라며 '우리끼리 얘기'라는 말로 눈에 힘을 주며 말소리를 낮추는 등 굴다리 밑으로 끌고 들어가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본직은, 법원에서는 원칙론에서 일반적인 상담만 가능하고 특정사건에 대한 유불리나 편법의 기획, 또는 불법행위 공모의 상담은 금지되어 있음을 알리고, 그런 상담이라면 법원 아닌 다른 곳에서 맟춤형 컨설팅을 받으셔야 한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제는 상담내용은 물 건너간 것을 안 내담자는 상담의 존재이유, 효용성, 융통성 등을 집요하게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소모적인 시간을 계속할 수 없어 내담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만한 판례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한편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거나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여 주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는 것이므로,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출처: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

​ 상속의 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비록 상속인인 채무자가 무자력상태에 있다고 하여서 그로 하여금 상속포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를 쉽사리 인정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에 가지던 모든 재산적 권리 및 의무·부담을 포함하는 총체재산이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으로서 다수의 관련자가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위와 같이 상속인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좌우하는 상속포기의 의사표시에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에 대하여 채권자 자신과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적용이 있다고 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그 법적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상속인 확정의 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또한 상속인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즉, 채권자들의 기대이익을 해하면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될 상속재산을 채무자 외 다른 상속인들에게 귀속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일부라도 채무변제로 일실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단속행위 자체가 행위반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며, 이에 반해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여 소급적으로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되는 상속포기는 신분상 법률행위로서 채권자들의 집행적격을 벗어난다는 점입니다.

 내담자는 "그럼 상속포기하고 따로 받으면 어떻게 되나요", "일단 상속받고 다른 형제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하면 안되나요", "상속을 안 받아버리면 어떻게 되나요" 등등 집요하게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더 이상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점잖게 만류했는데, '아니 법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서 온 민원인에게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는 건가'라는 메신저의 타격으로 우회한 듯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꺼내든 카드가, 분주하게 찾으면서도 결국 찾지 못한 명함 얘기를 하면서 모 병원 외과 과장이라며 "언젠가 볼 날이 있을 겁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질긴 상담을 마무리 했습니다.

 만족하지 못하고 문을 나서는 내담자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지만, 조금 지나서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순발력이 모자란 탓입니다. 악담인 걸  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니 질병과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나약한 인간을 비꼬는 전문직의 경고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회의 의사'입니다. 그리고 그 의사는 암거래로 진단하고 처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당한 요구가 거부되는 당연한 현실에 익숙치 않은 특권의식에 절어 있지도 않습니다.

 학자적 양심에 따라 임상에 임해야 하는 점은 의사나 법조인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은 국민의 사법접근성 강화와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회, 법무사회 등 법률 관련 외부기관 및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법률상담서비스를 사법접근센터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울산지방법원 종합민원실 사법접근센터 법률상담관 이성진법무사(월-금 10:0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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