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수사종결권과 고소의 반려
‘지난 1년간 뭐하다가 이제 와서 고소를 하겠다는 거냐’
상담자의 눈물을 빼는 못된 질문이습니다. 작년 2022. 1. 28. 남편의 비보를 듣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장례를 치르는 동안 정신없이 경찰조사를 받았던 것 같기는 한데, 가정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고 정신적 충격으로 두 자녀가 자해를 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간신히 숨을 돌리기에도 바쁜 1년이었고 이제야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는 상담자의 눈은 이 사회에 대한 불신의 눈물을 통해 굴곡져 빛나고 있었습니다.
1년 전 남편의 추락사고는 일간지와 지상파에 보도되었고 관할 경찰서에서도 금방 상기할 수 있는 큰 사건이었으므로, 단순변사 불입건 결정으로 의혹을 덮었던 관할 경찰서에 상담자의 고소는 큰 파문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관할 경찰서 민원상담관은 물론 1년 전 사건담당 경찰관리는 ‘형사사건이 되지 않는다’며 각종 판례와 법리를 제시하며 상담자를 설득하고, 심지어 ‘민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는 망언까지 했다고 합니다. 본직은 “아니, 남편 죽음으로 장사하는 사람처럼 매도할 수 있나, 배우자로서 남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정의를 위한 일인데 어찌 불송치결정을 단정하고 민사거래의 계산기를 두드리는가!”라며 화를 내자 상담자는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고소는 범죄사실을 알려 국가 형벌권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일반 국민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하는 공법상의 의사표시입니다. 고소는 일반적으로 수사의 단서(예외적으로 친고죄는 소송조건)가 되므로 고소의 수리는 범죄를 발견하고 범인을 체포하여 소추기관에 인계하여야 할 사법경찰의 협의의 직무상 의무이고, 범죄의 예방과 치안의 유지를 통해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광의의 행정경찰로서의 책무입니다.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국가대리인 겸 소추기관으로서 검사가 수사의 주체로서 사법경찰을 지휘함으로써(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기 전 형사소송법 제196조) 고소는 검찰, 경찰 구분없이 접수받아 통일적으로 검찰청으로 수렴되었는데,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동등한 수사주체로 규정하고(현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97조) 검사는 직접 개시할 수 있는 수사범위를 제외하고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하여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 수사만 가능하도록 바뀌었습니다.
「검찰청법」 제4조도 개정되어 검사의 직접 수사권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한정되어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제2조에서 열거한 범죄로 국한되고, 나머지 범죄는 모두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지휘에 예속되지 아니하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개시하고 종결할 수 있는 독립적 권한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1조에서는 1. 법원송치, 2. 검찰송치, 3. 불송치, 4. 수사중지, 5. 이송 으로 사법경찰관의 결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법경찰관은 자체 결정으로 혐의없음, 범죄인정안됨, 증거불충분,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등의 불송치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고(위 규정 제51조 제1항 제3호),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한 검사의 지휘 없이 그대로 사건이 묻힐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해 과거 구 「검찰사건사무규칙」(2021. 1. 1. 법무부령 제992호로 전부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69조에 따라 검사의 불기소처분(기소유예,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에 대하여 「검찰청법」 제10조에 따른 고등검찰청에 항고, 대검찰청에 재항고, 형사소송법 제260조에 따른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줄게 되었습니다.
반면, 일선 경찰서에서는 폭주하는 고소·고발 사건으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었고, 그로인해 사건 처리기간이 길어 지면서(행정안전부령 경찰수사규칙 제24조 제1항은 ‘사법경찰관리는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건 적체가 심해지자 수사결과 불송치될 사건은 아예 처음부터 고소 접수를 받지 않는 방법으로 사건 수를 줄이고자 하는 기획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행정안전부령 「경찰수사규칙」 제19조 ‘입건 전 조사’, 제20조 ‘불입건 결정’의 순으로 거른 후 민원인이 제출하는 서류가 고소·고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하는 경우 비로소 제21조 제1항에 따라 이를 수리합니다. 이를 위해 일선 경찰서에서는 민원상담관제를 운영하여 고소장 접수시 고소요건을 검토하여 입건 전 고소장을 반려시키고 있는데,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 제50조에서 일정한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동의를 받아 고소·고발을 수리하지 않고 반려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반려사유의 하나인 ‘고소·고발 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입니다. 공소시효완성, 동일사건, 피의자 사망과 같이 공소권 없음이 명확히 확인되거나 반의사불벌죄 및 친고죄 등에서의 소송요건 결여, 고소제한 규정 등과 같은 형식판단은 사법경찰관리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범죄의 구성 여부는 실체판단으로서 입건 단계에서 사법경찰관리를 법관에 갈음하게 한 조치는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이며 국민의 공법상 권리를 억압하고 범죄 발견에 소극적인 복지부동의 태도입니다. 특히 고소사실에 경찰관리의 비위나 직무상 위법이 경합된 경우 경찰 외에 고소창구가 원천 봉쇄된 현행 형사사법제도 하에서는 경우에 따라 미제에 묻힐 위험도 상존합니다.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켜 수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함이라는 것이 검찰개혁의 입법목적 이었다지만 일반국민의 형사고소 사건의 대부분을 경찰에 독점시킴으로 인해 일선 경찰서는 사건 누적으로 몸살을 앓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일반국민들의 권익은 숨 쉬기조차 어렵게 쪼그라 들었는데, 상대적으로 검찰에 의한 범죄 인지의 주된 대상이 되어왔던 국회의원들은 한결 숨 쉬기가 편해진 듯 얼굴들이 좋아 보입니다. 결국,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었다기 보다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을 위한 자기입법이었다는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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