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대금 수수의 처벌기준
무속인으로부터 '굿을 하지 않으면 사업이 어렵고 자녀들이 아프다', 또는 '조상이 화나 있다'는 등으로 막힌 액을 풀어야 한다며 굿대금을 요구받아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의 돈을 건넸는데, 사업이 나아질 기미는 커녕 자녀들도 취직이 되지 않고 힘들게 살고 아무런 효혐이 없다며 굿대금을 돌려 받든지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는지를 물어온 사안입니다.
굿이나 기도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어서 법률적 잣대로 쉽게 재단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사회현상을 제도(사회계약) 아래 합의된 규범에 따른 것으로 이해할 때 법치주의의 지배아래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법이 개입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므로 죄형법정주의를 넘어서는 영역은 윤리와 조리에 따라야 합니다. 가령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거나 제사를 통해 발복을 기원한다는 등은 이미 법의 영역이 아닙니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법은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고 기득권의 유지 도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태양이 과도한 경우 다수 공동체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범죄의 구성요건에 들어오는 한 법률적 판단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더라도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인류역사에 종교가 미쳐온 영향, 전통적 관습과 양속에 따른 공동체의 양해 등으로 처벌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합니다. 가령 사람이 죽으면 생전에 선행이나 악행을 한 여부에 따라 천당과 지옥으로 가야할 길이 나뉘는데 선행의 일환으로 헌금을, 악행의 일환으로 불신을 예시한 경우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으나, 기망으로 얻은 환상과 기대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사회질서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추구하는 목적과 구체적 행위에 따라 가벌성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기망 대상 행위의 이행가능성 및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교부받은 경우에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6도12460 판결).'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관습과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는 건전한 사회질서와 보편적 사회인식을 기준으로 합니다.
가령, ‘골이 막혀 있다. 44살에 죽을 수도 있으니 굿을 하여야 한다’거나, ‘남편과 이별하거나 남편이 단명할 수도 있다. 다들의 앞길도 막혀 있다. 굿을 해서 풀어야 한다’거나, ‘굿을 하지 않으면 장애아를 낳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마치 여러 가지 불행한 일이 곧 일어날 것처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고액의 굿 값을 받은 경우라면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한 것(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10917 판결)이라고 하였는데, 하급심에서는 사안별로 유무죄가 갈리고 있습니다.
무속행위를 하더라도 숙박업자가 원하는 높은 가격으로 매각될지 알 수 없고 피고인에게 그러한 능력이 없음에도 ‘무속행위를 하면 모텔이 몇 달 내에 높은 가격으로 반드시 팔린다’고 속여 무속행위의 대가 명목으로 총 8회에 걸쳐 합계 2억 1,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은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돈을 편취한 것이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19. 5. 21. 선고 2019고단528 판결)가 있는 가 하면, 1년 6개월 동안 총 9회에 걸쳐 약 2억 6,000만 원을 굿대금으로 받았으나 피고인이 진실로 무속 행위를 할 의사가 없거나 자신도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 행위를 가장하여 갑을 적극적으로 기망함으로써 돈을 편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9. 23. 선고 2016노485 판결)와 피고인이 굿을 하지 않으면 33세가 되기 전에 죽게 되고 몸에 붙은 잡신을 떼지 않는 이상 취업도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굿을 한다는 명목으로 570만 원을 수령한 행위를 들어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서울서부지방법원 2014. 8. 27. 선고 2013고정3072 판결) 등을 보면 굿대금의 과소에 상관없이 무속행위의 진실성이 판단기준으로 보입니다. 결국 결과채무가 아닌 수단채무로서의 만족성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굿을 하는 등의 무속은 그 근본 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지만 고대로부터 우리나라 일반 대중 사이에 오랫동안 폭넓게 행하여져 온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 그 의미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논리의 범주 내에 있다기보다 영혼이나 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무속의 실행에 있어서는 반드시 어떤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시행자가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무속행위를 하고, 또한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의사로 이를 행한 이상 비록 그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시행자인 무당이 굿 등의 요청자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8. 5. 22. 선고 2007가합701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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