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거부 의사에 대한 처벌
상담 오신 분은 주치의로부터 3일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3일 후 추가 처방을 받기 위해 의원을 찾았으나 예고 없이 문을 닫아 헛걸음을 했다며, 의료계 집단행동의 일환이라면 진료거부로 형사고소 하고 싶다며 상담을 청했습니다.
직전 진료 때 혈액검사를 했던 터라 예정대로라면 그 검사결과도 받아봤어야 할 권리가 있었고, 3일간 단기처방 약물복용 이후 처방의 공백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치료의 연속성이 깨어짐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더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형법」 제18조는 부작위범이라는 표제하에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작위는 단순한 무위가 아니라, 규범적으로 기대되는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작위가 금지규범에 대한 위반임에 반하여, 부작위는 요구(명령)규범에 대한 위반행위입니다.
우리 「형법」은 하나의 행위가 작위적 요소와 부작위적 요소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경우(어떠한 범죄가 적극적 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는 경우) 어느 것을 형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에 있어, 적극적 의사에 의한 결과인지 소극적 의지에 의한 결과인지 그 행위의 사회적 의미의 중점 또는 비난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기준으로 구별합니다(평가적 관찰법; 다수설, 판례는 자연적 관찰법;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가령, 회복가능성이 없음을 알고 차라리 사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낫겠다는 보호자의 퇴원요구에 응한 의사의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우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밧줄을 던졌으나 자신의 원수임을 알고 밧줄을 잡기 전에 다시 거둔 경우 부작위에 의한 살인(단, 밧줄을 잡은 이후 거둔 경우는 작위).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범죄를 부작위범이라고 하며, 부작위범에는 진정부작위범과 부진정부작위범이 있습니다.
진정부작위범이란 구성요건이 부작위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범죄를 말하며(형법 제103조, 제116조, 제117조, 제145조 제2항, 제319조 제2항), 부진정부작위범이란 부작위에 의하여 작위범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범죄를 말하는데(부작위에 의한 작위범, 가령 세월호 사건에 관한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형법」은 이에 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작위범과 같이 처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은 의료인 등의 집단 휴·폐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규정하고, 제3항에서 의료인 등은 이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 개설허가 취소 또는 폐쇄명령 등의 행정처분(의료법 제64조)과 함께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료법 제88조 제1호)의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행정법상 단속규정이고 의료인과의 개별 계약관계에 놓인 환자와의 관계에서의 부작위범을 규정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환자의 건강상태가 의사의 진료거부 행위로 인해 불량하게 변경되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해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면, 부작위에 의해 작위의 결과를 실현하였다는 점에 착안하여 부진정부작위범으로 살펴야 할 것입니다.
부진정부작위범은 일반적 행위가능성을 전제로, 작위의무자의 부작위에 의한 범행이 작위에 의한 구성요건의 실현과 같이 평가될 만한 동치성의 요소로서 보증인 지위(형법 제18조 전단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행위정형의 동가치성을 요구합니다(행위자가 구성요건의 실현을 회피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행위를 현실적·물리적으로 행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연속진료를 기대했던 내담자에 있어 주치의의 진료거부 행위는 법령에 의한(의료법 제15조 제1항), 계약에 의한(진단과 예약), 선행행위에 의한(채혈과 처방) 작위의무에 따른 보증인지위가 일반적으로 인정될 수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비의 대부분을 추심하여 의료인에게 지급하고 의료인은 의료비 채권에 대한 사적 구제에 나설 필요가 없는 안정된 수익 환경을 보장받는 수규자에 대한 조리에 의한 작위의무도 인정하지 못할 바 아닌바, 이와 같다면 의료정책에 반발하여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의 일환이었다는 따위의 목적이 나름대로 정당하다 손치더라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그 관철하고자 하는 이익에 양보될 수 있을 것임은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부작위에 의한 결과적 가중범(부진정결과적 가중범)으로서의 상해의 죄책을 물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법 위반은 고발사항입니다.
환자가 진료를 원할 경우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가에 의문을 품는 자가 있지만, 이는 국민건강보험료가 국세징수법의 예에 의해 의료서비스의 다과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으로부터 강제 징수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 후한무치의 비난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질병·상해를 항진시킬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의사가, 최초 질병이나 상해의 창안자가 아니었다는 변명도 마찬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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