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 예금관리와 친족상도례
내담자는 사망하신 분의 사위입니다.
8남매 중 처남 2명은 피상속인 생전에 사전증여로 가산을 탕진한 이력으로 발언권이 없고, 막내처제가 피상속인의 임종까지 요양 간호를 해왔는데 나머지 자매들이 피상속인 명의 통장내역을 공개하라며 다툼이 시작된 사건이고, 쟁점은 횡령죄와 사기죄 또는 절도죄의 성부입니다.
막내처제는 피상속인이 거동하지 못하고 의식이 온전하지 못함에 따라 ATM기를 통해 현금카드로 피상속인의 예금을 수시 인출해 왔는데 내담자가 문제 삼는 것은 피상속인 명의 통장에 들어 있는 예금이므로, 예금통장과 현금카드 미반환은 논외로 합니다(예금통장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가지는 예금액 증명기능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어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것에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9008 판결, 예금계좌에 있는 돈을 이체시키는 도구에 불과하여 별도의 불법영득의사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에 현금카드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642 판결, 직불카드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7819 판결, 신용카드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857 판결).
먼저, 피상속인 생전에 막내처제가 피상속인 명의 통장을 임의사용한 죄책에 대해 보겠습니다.
판례에 의하면,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9. 7. 9. 선고 98도4088 판결).’라고 하므로 피상속인이 요양비와 개호비 명목으로 한정하여 위탁하였음에도 사적으로 유용할 목적으로 예금을 인출하여 임의소비 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하는데 의론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형법」 제361조는 친족상도례에 관한 제328조를 준용하여 직계혈족간의 횡령은 그 형을 면제하므로 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 또한, 피상속인이 막내처제에게 예금을 증여하고 피상속인의 통장을 그대로 사용하게 한 것이라면 재물의 타인성이 인정되지 않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음, 피상속인 사후에 막내처제가 피상속인 명의 통장을 임의사용한 죄책에 대해 보겠습니다.
상속재산은 공유이고(민법 제1006조), 생전증여가 있었더라도 나머지 상속인들에게는 유류분권(민법 제1112조)이 있으므로 피상속인이 남긴 예금은 공유물 내지 위탁물(법령에 의해 권리행사가 예정된 보관관계)로 보아야 하고, 판례에 의하면 ‘공유물의 매각대금도 정산하기까지는 각 공유자의 공유에 귀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공유자 1인이 그 매각대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면 횡령죄가 성립된다(대법원 1983. 8. 23. 선고 80도1161 판결).’고 하므로 피상속인 사후에도 피상속인 명의의 예금을 인출하였다면 그 자체로 불법영득의사의 표동으로 보아 횡령죄가 성립한다 할 것입니다.
다만, 「형법」 제328조 제2항에 따라 동거친족, 동거가족 아닌 친족의 고소를 소송조건으로 하는 친고죄이므로 사위의 처벌의사만으로는 소추가 불가하므로 수사도 어렵니다.
또한, 용도를 정한 예금보관의 정을 모르는 금융기관의 ATM기에 위임의 범위를 넘어 현금카드로 예금을 인출하거나 자신의 계좌에 이체하는 방법으로 예금통장의 잔고를 감소시킨 행위에 대해서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516 판결)하고,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더 이상 위임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였다면 절도죄(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178 판결), 현금카드의 본래의 용법과 달리 부정사용 함으로써 예금을 인출한 행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과 절도죄의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단됩니다(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997 판결).
상속인 자격으로 피상속인의 예금거래내역은 이미 확보하여 확인한 상태이나, 내담자가 막내처제에게 요구하는 것은 요양비 외 사적사용에 대해 사과 한마디면 족하다는 것인데, 막내처제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며 오히려 피상속인의 부양을 외면했던 나머지 상속인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겠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부득이 형사고소를 할 수밖에 없고, 정 그런식으로 나온다면 20년 전 처가 처남에게 빌려 준 돈도 소송을 해서 받아낼 수 있다면 받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내담자가 나서는 이유는 혈족이 아닌 제3자가 공정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속인들 간의 친소관계와 부모에 대한 부양이행 등 이 사건의 가족관계 전반을 비추어보면 대부분의 가정사가 그렇듯 사위나 며느리와 같은 외부인이 사태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족간은 아무리 미워하고 일시 다투더라도 연민의 정이 있기 마련이고, 부모를 통한 동일시의 감정으로 이해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형법」은 이 같은 친족간의 정서를 고려하여 가능한 한 가정에는 법이 침입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친족상도례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 인적 처벌조각사유의 입법정책에 비추어 보면 막내처제의 항변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 문제삼지 않을 거면 아예 보자고도 말아야 하며, 보자고 한다는 것은 공론화하여 망신이나 비난을 주고자 하는 것외에 아무런 소득도 없고 오히려 형제자매간은 물론이고 동서·동기간의 분란을 불러올 뿐인 무의미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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