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공동담보 임차주택 경매신청
서류 중에 재학증명서가 있는 것을 보니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학교인근 빌라에 전세를 든 임차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00년생이라고 밝힌 청년은 이미 관련 법령과 절차를 대략 숙지하고 온 듯 개괄적 설명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기본적 절차는, 갱신거절 통지 –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 등기경료 후 주민등록 이전 – 전세금 반환소송 – 강제집행의 순으로 이어집니다(갱신거절통지는 존속기간 만료전 6월에서 2월에 있었음을, 임차권등기명령 절차에서 임차인이 이미 퇴거하여 대항력이 소멸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의 임대인 이의가능성 등은 점검해야할 사항).
그러나 가지고 온 등기부를 보니 이분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습니다.
임대차보증금은 5,000만 원인데 선순위 근저당권은 12필지 부동산과 공동담보로 묶인 것이기는 하나 채권최고액이 무려 12억 원이므로, 설령 임차권등기가 명령으로 촉탁되어 확정일자 부여일로 순위를 확보한다손 치더라도 어차피 근저당권설정일보다 늦는다면 배당 받을 금액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소액보증금(근저당권설정일 2015년 기준 광역시 6,000만 원이하 임차인 중 2,000만 원 우선변제) 외에 배당받을 금액은 없습니다.
선순위 근저당권은 스스로 담보권을 실행하건 타인이 신청한 강제집행으로 개시되건 저당부동산이 경매에 부처지는 경우 당해 매각대금에서 피담보채권 전액을 배당받을 것이므로(민법 제368조 제2항, 12필지가 동시에 경매되었더라면 각 필지별 금액에 안분해서 배당되었을 금액으로 한정되지 않음), 어차피 내담자는 그 불이익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각오는 2년 전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했어야 했던 것인바, 선순위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공동담보 부동산별로 안분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또는 매각부동산의 차순위권리자로서 선순위저당권자가 다른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로 선순위자를 대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오해(민법 제368조 제2항 단서, 명문으로 ‘차순위저당권자’로 규정함) 등은 냉엄한 법해석 앞에 절망을 부를 뿐입니다.
판례는, “민법 제368조는 공동근저당권의 경우에도 적용되고, 공동근저당권자가 스스로 근저당권을 실행한 경우는 물론이며 타인에 의하여 개시된 경매·공매 절차, 수용 절차 또는 회생 절차 등(이하 ‘경매 등의 환가절차’라 한다)에서 환가대금 등으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일부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하면서, “민법 제368조 제1항은 공동저당권 목적 부동산의 전체 환가대금을 동시에 배당하는 이른바 동시배당의 경우에 공동저당권자의 실행선택권과 우선변제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각 부동산의 책임을 안분함으로써 각 부동산의 소유자와 후순위 저당권자 그 밖의 채권자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나아가 같은 조 제2항은 대위제도를 규정하여 공동저당권의 목적 부동산 중 일부의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는 이른바 이시배당의 경우에도 최종적인 배당의 결과가 동시배당의 경우와 같게 함으로써 공동저당권자의 실행선택권 행사로 인하여 불이익을 입은 후순위 저당권자를 보호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3다16992 전원합의체 판결).”고 하여 ‘저당권자’간의 권리관계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내담자는 임대인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으므로 더 이상 선의에 기대하는 것을 포기하고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려스럽습니다. 순수한 듯 보이지만 순진한 듯합니다.
임대인으로서는 집을 내 놓고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지는 대로 그 임차인으로부터 받아서 주겠다는 제안을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으로 임차인이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것으로책임을 전가하고 장기전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대인으로서는 해당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모두 뽑아 낸 상태이므로 경매가 되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참 나쁜 대응이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임대인의 임의이행을 기대하지 않고 법에 따라 강제반환을 받고자 해도 위와 같은 막대한 공동담보의 암울한 압력에 소액보증금 2,000만 원 외에 건질 것이 없고 장시간 소송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선순위 담보권자의 실행비용과 환가절차만 도와주는 결과 밖에 되지 않습니다(심지어 임차인이 가재도구 몇개만 남기고 이사를 나갔다는 이유로 대항력의 결합요건을 다투는 경우 그마저도 배당에서 제외될 위험이 있습니다).
가압류를 한다는 것도 난센스입니다(통상 실무에서는 즉시실행 압류보다 잠정실행 가압류가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현상이 횡횡하고 있음). 가압류는 일반채권이므로 순위가 확보되지 않아 당해 저당부동산의 매각으로 인한 잉여금이 있을 때 배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므로 보전실익이 없거나 있더라도 우선변제되지 않습니다.
임대인은 이 모든 과정을 예상하고 있을 것입니다.
법원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현실과 타협하라는 결론은 참으로 내고 싶지 않는 의견이지만, 그렇다고 정의로운 법의 심판을 좇아 얻게 될 간결한 법익의 실망스러움에 법의 사회적 규범력을 다 해명하지는 못합니다(법은 약자편이 아닌 중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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