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토지 내 분묘의 이용범위
모친 명의 토지가 경매에 넘겨져 낙찰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는데, 등기이전을 받은 매수인이 매각토지 내 부친 분묘를 파내라고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분묘를 둘러 철제울타리를 치고 나머지 토지를 용도대로 사용할 것이며 울타리 내 분묘에 대한 토지사용료를 물리겠다고 합니다.
상담을 청하신 분은 누가 그러던데 20년 소유하면 내 땅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되는 것이냐, 매수인의 요구에 응해야 되는 것이냐, 막연하게나마 무언가 대항할 권능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내 입술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굴이(掘移)의무는 없고 분묘의 기지(基地)에 관한 지료는 지급해야 합니다.
내담자는 분묘기지권(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8367 판결)을 취득한 것인데, 시효취득한 것은 아니고(시효취득이라도 토지 소유권 취득은 아님) 다음에서 볼 세 번째 취득원인인 관습상 법정지상권 유사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것입니다.
분묘기지권은 관습상 인정되는 지상권 유사의 용익물권으로서(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3017,63024 판결) 그 취득의 태양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 토지소유자로부터 설치승낙을 받은 경우(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 ② 20년간 자주, 평온, 공연하게 점유함으로써 시효취득한 경우(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14036 판결), ③ 자기 소유의 토지에 설치하였다가 철거특약 없이 토지소유권을 이전한 경우(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95892 판결) 등으로서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공시방법으로 하므로 등기를 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구 「매장등및묘지등에관한법률」에서 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전부개정된 「장사등에관한법률」 제23조 제3항, 부칙 제1조, 제2조에 따라 2001. 1. 13. 이후 설치되는 분묘부터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에 대하여 토지 사용권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하여 시효취득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위 규정은 2007. 5. 25. 법률 제8489호로 전면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3항으로 개정되어 같은 경과규정을 따라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판례도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고, 이러한 법적 규범이 장사법(법률 제6158호)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고 시효취득의 범위를 확인하였습니다.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는 민법의 지상권에 관한 규정에 따를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그에 따를 것이며, 그러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며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다28970 판결) 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의 기지 자체(봉분의 기저 부분)뿐만 아니라 그 분묘의 설치 목적인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분묘의 기지 주위의 공지를 포함한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이고, 그 확실한 범위는 각 구체적인 경우에 개별적으로 정하여야 할 것(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84423 판결) 인바, 사성(莎城, 무덤 뒤를 반달형으로 둘러쌓은 둔덕)이 조성되어 있다 하여 반드시 그 사성 부분을 포함한 지역에까지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다29086,29093 판결).
따라서 봉분과 봉제사를 위한 기지의 범위 내에서 봉제사를 계속하는 기간 동안 분묘기지권은 물권의 배타적 효력(방해받는 경우 민법 제214조 방해배제청구권 행사 가능)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로되, 법정지상권 유사의 용익물권을 취득했다고 해서 무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자는 앞서 본 세 가지 취득원인에 따라 ① 토지소유자와의 약정에 따라(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다271834, 271841 판결), ② 시효취득 후 토지소유자가 청구한 때로부터(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③ 토지 소유권이 이전되어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로부터(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다271834, 271841 판결) 토지 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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