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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법

인생간섭

by 법나루 2023. 2. 25.

 

부부 주권침해와 자식 인생간섭

 
 법원에 찾아오는 상담자의 또 한 부류는 일반 법률사무소에서 받아줄 리 없는 하소연 섞인 법률문제입니다. 

 손자를 거두고 있는 할머니의 집나간 며느리, 짐 싸들고 나온 딸자식에게 연락 않는 사위, 이혼을 앞 둔 자식부부에게 해줬던 아파트 매매대금, 불륜을 용서하고 재산포기 각서를 받은 친정부모, 재혼한 며느리로부터 손자를 찾아 오려는 시부모 등 사연은 아침드라마 처럼 구구절절 하지만 주로 당사자 상담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마치 일제강점기 때나 널리 통용 되었을 법한 법리와 과거 유신시대에서나 있었음 직한 언어를 쏟아 내는 상담자도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닌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피해의식으로 유전된 DNA 때문이라고 밖에 달리 원인을 찾기 어렵습니다.

 「제헌헌법」 제20조에서는 혼인의 순결을 규정하고, 개정 전 「형법」 제241조(2015. 5. 26. 2009헌바17등 위헌결정으로 2016. 1. 6. 법률 제13719호에 의해 삭제되기 전의 것)에서 간통을 죄로 규정하고, 같은 법 제304조(2009. 11. 26. 2008헌바58등 위헌결정으로 2012. 12. 18. 법률 제11574호에 의해 삭제되기 전의 것)에서 혼인빙자 및 위계간음을 규정함으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개정 전 「민법」 제826조 제3항(2005. 2. 3. 2004헌가5 헌법불합치결정으로 2005. 3. 31. 법률 제7427호에 의해 삭제되기 전의 것)에 따라 부가(夫家)입적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인 후, 그 대가로 같은 법 제833조(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부부 공동생활비용을 부(夫)가 부담토록 한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들 며느리 부부를 이혼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서 며느리 있는 곳을 알려 달라니 경찰이 '며느리는 잘 있으니까 걱정마시라'고 한다면서 "내가 무슨 며느리 안부를 물었나, 집 나가서 남자하고 붙어 있는 곳을 물었지" 라며 역정을 냈습니다. "아니, 며느리 있는 곳 알아서 뭐하시려고 그래요?"라는 물음에 또 한번 놀라면서 "엄마야, 진짜 웃긴다, 시어미가 며느리 있는 곳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교?"라고 항의하며 손자를 자신이 키우고 있으므로 손자녀 부모들의 이혼에 직접 관여가 되어 있다면서, 법적으로 가출해서 얼마간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으면 자동이혼 되는 기간을 물어 옵니다(민법 제840조 제5호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를 연상하는 듯 하나, 생사불명이어야 하고 주거불명은 사유가 되지 않을 뿐더러 그마저도 자동이혼이 아니라 재판상 이혼청구의 사유에 불과하다).

 한국사회는 특유의 온정주의와 가(家)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적 위계질서가 오랜 전통으로 자리한 이유로 개인별 신분관계의 제도적 정비로 인해 가(家)의 중요성이 많이 희석된 것으로 보이는데도 여전히 통제기제로는 위력을 발휘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엄격히 보면 함께 살지 않는 며느리나 사위는 가족이 아닙니다.
 「민법」 제779조에서  가족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가족은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입니다.

 즉, 본인을 중심으로 남편이나 아내, 부모와 조부모 및 자녀와 손자녀, 형이나 누나 및 언니나 오빠, 그리고 동생만이 가족입니다. 직계혈족의 배우자에 해당하는 며느리나 사위 및 계모, 계부는 생계를 같이 할 때만이 가족입니다(배우자의 직계혈족은 장인장모 및 시부모, 재혼전 남편의 자녀 및 재혼전 부인의 자녀를 말하고.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아즈버님, 도련님, 시누나, 시누이, 처형님, 처남, 처형, 처제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결혼으로 분가한 자녀의 배우자를 만연히 가족이라는 미명으로 억압하거나 부당하게 가부장적 소임을 요구해선 안 됩니다. 엄격히 볼 때 자녀의 배우자일 뿐 내 가족의 구성원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개정 전 「민법」 제789조는 '가족은 혼인하면 당연히 분가된다. 그러나 호주의 직계비속장남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라고 규정함으로써 혼인으로 인한 분가와 부부의 독립주권을 보장하였습니다. 분가(分家)는 가(家)를 새롭게 구성하는 독립행위로서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앞서 본 대로 며느리나 사위를 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하는 새로운 신분관계의 창설행위입니다.

 비단 이 같은 법리에 의하지 않더라도 성인이면 독립적 행위주체와 경제주체로 대우하여야 함이 민법이 예정한 인(人)의 정의인 데도(민법 제4조는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미성년자의 행위능력 제한 등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한다), 우리 사회는 대학교 학업을 마치기까지는 여전히 부모의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미성숙자녀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부모의 지나친 애정과 관심은 자녀의 인생을 망치게 합니다. 심지어 '자식농사'라는 표현이 가지는 함의가 효도를 내세운 부양까지 요구하는 대가관계로 연결될 때는, 그와 같은 사전채무에 대해 아무런 책임 없는 사후편승 배우자에게 과도한 짐이 되고 그로인해 자녀들 부부의 앞날에 먹구름으로 드리우게 됩니다.

 자녀는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그 노하우을 전수해 줌으로써 기회비용과 불안비용을 줄여주겠다는 생각이 보편적 부모들 심정 임은 이해 못할 바 아니나, 그건 반칙이고 인생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으로서 자식이 나름대로 확보한 소중한 인생에 초를 치는 것이고, 심지어 부모의 가치관이 반드시 옳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자녀의 인생을 오히려 저해하는 일이 됩니다. 부부간의 갈등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며 부모가 간섭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됩니다.

 손자녀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부모가 있는 이상 조부모에게는 친권도, 양육권도 없습니다(민법 제909조). 설령, 혼인중 부모의 학대 및 방임 또는 친권 및 양육권 있는 이혼부모 일방의 친권남용 등이 있더라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강아지'를 무작정 끌어 안을 수 없고, 친권상실선고(민법 제924조,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마류 7호) 후 미성년후견심판(민법 제909조의2 제3항 전단, 제928조, 민법 제932조,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라류 13의2, 18호)을 거쳐야 손자녀에 대한 법정대리권 및 재산관리권을 취득하고 유아인도 청구권도 그제서야 발생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조부모의 미성년후견은 예외적 사태로서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부모만 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옛말에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탄 자식이 버릇 없다는 말도 이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부모자식 간의 생물학적 터울에 따른 건강한 등가기제가 작동하지 못하고 과도한 애정으로 어린 자녀를 더욱 어리고 불쌍하게 만들어 손발이 부러져 스스로 밥도 못 떠먹는 불구자로 만드는 것 임을 할머니 할아버지는 알지 못한 채 눈물로써 생을 마감하기 때문입니다.


 울산지방법원은 국민의 사법접근성 강화와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회, 법무사회 등 법률 관련 외부기관 및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법률상담서비스를 사법접근센터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울산지방법원 종합민원실 사법접근센터 법률상담관 이성진법무사(월-금 10:0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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