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권보다 나은 임차권
중년 부부가 상담을 왔는데, 부인은 많이 지쳐보였고 신경질적이었습니다.
2층 등기과에 가서 임차권설정등기를 하고자 한다고 하니, 대항력 밖에 인정되지 않는 임차권등기를 할 바에야 전세권설정등기를 하는 게 낫다며, 요즘 임차권설정등기 하는 사람 없다며 가르치려 드는 통에 기분이 상해서 내려왔다고 합니다.
본직도 같은 반응일까 걱정되어 눈치를 살피다가, 임차권등기에 대해 잠깐 설명을 시작하자 한숨을 쉬었습니다.
현행법상 임차권등기는 ① 「민법」 제621조에 의한 임차권설정등기, ②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및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 ③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4 제2항 및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7조 제2항에 의한 임차권설정등기 3가지가 있습니(법원행정처 부동산등기실무Ⅱ 2007, 411면).
등기과에서는 ① 「민법」 제621조에 의한 임차권설정등기를 안내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임차권의 대항력 취득을 위한 임대차등기는 요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주택 및 상가건물은 대부분의 건물을 망라하게 되었고 임대차보호법이 성장하면서 토지임대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건물임대차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1981. 3. 5.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은 당시 실효적이지 않았던 「민법」 제621조의 대항력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주된 입법취지였는데(채권에 불과한 임차권을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으로 대항력을 부여한 것은 임차권의 물권화에 혁신적인 방안을 고안한 것으로, 이러한 대항력은 지금까지도 주임법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자리한다는 것에, 최성경, “주택임대차에 대한 소고”, 법학논총 제43권 제4호 2019, 7면), 이후 보증금 회수에 관한 후속 개정입법이 이어지면서 대항력은 단지 우선변제권 확보를 위한 결합요건으로 주로 기능하게 됨으로써, 대항력만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의 「민법」 제621조 임대차등기는 쓸모없게 되었습니다.
「민법」 제621조 제2항의 제3자는 임차목적물의 양수인으로서 임대차 승계의 문제 때문인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및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은 은 "임차주택(임차건물)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세권설정등기와 임차권설정등기는 근거법령을 달리하는 별개의 제도로서, 채권인 임차권으로서의 대항력과 물권인 전세권으로서의 배타적 효력은 법률효과를 달리합니다(주택임차인이 그 지위를 강화하고자 별도로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쳤더라도 주택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의 대항요건을 상실하면 이미 취득한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상실한다는 것에,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4다69741 판결).
예컨대, 전세권설정등기와 같은 순위로 임차권등기를 설정하였더라도, 전세금은 등기일, 채권적 전세의 보증금은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춘 때’(법원행정처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Ⅱ 2014, 593면)를 기준으로 배당하고, 전세금은 전세권을 설정한 부동산 환가액에서만 배당받는 반면, 채권적 전세의 보증금은 대지가액을 포함(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4조 제3항)하여 배당받습니다.
내담자는 임대차 존속기간이 종료되었어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내어주지 않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는데, 법원에서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갱신거절 통지를 했다는 증명을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렸고, 이 기간을 준수하지 못했음을 자인하고 신청을 취하했는데, 임대인이 설정에 동의해 주겠다고 하니 당장 이사를 나와야 하는 일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유지를 위해 임차권설정등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전세권설정등기를 할 수 없음은 내담자가 전입한 이후 근저당권이 설정되었기 때문에 그 후순위로 들어갈 수 없는 사정상 확정일자일로 배당순위를 소급할 수 있는 임차권등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만연히 「민법」 제621조 임대차등기를 읊어대니 짜증이 나고 피곤했던 것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4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7조에서 "「민법」에 따른 임대차등기의 효력 등"이라는 제목으로 위 내담자와 같은 사연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4(「민법」에 따른 주택임대차등기의 효력 등)
① 「민법」 제621조에 따른 주택임대차등기의 효력에 관하여는 제3조의3제5항 및 제6항을 준용한다.
② 임차인이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민법」 제621조제1항에 따라 임대인의 협력을 얻어 임대차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서에 「부동산등기법」 제74조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사항 외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어야 하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면(임대차의 목적이 주택의 일부분인 경우에는 해당 부분의 도면을 포함한다)을 첨부하여야 한다. <개정 2011.4.12, 2020.2.4>
1. 주민등록을 마친 날
2. 임차주택을 점유(점유)한 날
3.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은 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7조(「민법」에 따른 임대차등기의 효력 등)
① 「민법」 제621조에 따른 건물임대차등기의 효력에 관하여는 제6조제5항 및 제6항을 준용한다.
② 임차인이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민법」 제621조제1항에 따라 임대인의 협력을 얻어 임대차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서에 「부동산등기법」 제74조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사항 외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하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면(임대차의 목적이 건물의 일부분인 경우에는 그 부분의 도면을 포함한다)을 첨부하여야 한다. <개정 2011.4.12, 2020.2.4>
1.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날
2. 임차건물을 점유한 날
3. 임대차계약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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