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 적용중지의 시적범위
상담실에 오신 분들은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을 접수하고 온 결혼 33년차 부부입니다. 눈물을 훔치며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물어보는 부인은 수세적 지위에서 여전히 용서를 바라지만, 뒤늦게 합류한 남편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는 부인이 남편의 신용카드를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가 남편 몰래 카드정보를 이용하여 물품대금을 결제하고 현금서비스를 받는 등 무단 사용하고, 예금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는 등 무단 사용하여 1억 5,000만 원 상당의 빚을 지게 된 것인데, 부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도박과 도벽으로 면책불허 파산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로 인해 남편은 원인모를 채무를 카드와 통장 명의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떠안게 되었으며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용회복을 신청해 둔 상태라고 합니다.
상담의 주된 요지는 남편이 부인을 형사고소 하는 경우 「형법」 제328조 제1항 친족상도례 준용규정에 따라 형이 면제되는 대상 범죄인지 여부와, 해당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음으로 인한 적용중지의 시적범위 문제입니다.
먼저, 상담자 부인의 범행에 대해서는 행위별로 구분해 봐야 하는데, ① 절취한 신용카드로 가맹점들로부터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은 행위에 대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 신용카드 부정사용의 포괄일죄(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181 판결), 신용카드 부정사용죄와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대법원 1997. 1. 21. 선고 96도2715 판결), ②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178 판결), 현금서비스를 제공받은 행위(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에 대하여 절도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6호 신용카드 부정사용죄와 절도죄의 실체적 경합(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997 판결), ③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지급기에서 계좌이체를 한 행위(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2440 판결), 권한 없이 또는 권한을 넘어 현금인출기에서 예금을 인출한 행위(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516 판결)에 대하여 컴퓨터등 사용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다음, 친족상도례(친족간 도둑질의 적용례)에 관한 「형법」 제328조 제1항은 강도죄,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죄 모두에 준용되는데(절도 제344조, 사기·공갈 제354조, 횡령·배임 제361조, 장물 제365조), 상담자의 경우 행위별로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사기죄(형법 제347조), 절도죄(형법 제329조), 컴퓨터등 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가 그 대상입니다.
입법목적이 다른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논외로, 피기망자의 신뢰는 보호법익이 아니므로 피해자만 친족이면 족하다는 다수설과 판례에 따르더라도(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6도6757 판결) 신용카드 부정사용죄와 경합관계에 있는 사기죄의 피해자는 가맹점 내지 카드회사이고(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도1181 판결, 법원행정처 재판자료 제32집), 재산죄의 보호법익인 소유권과 점유권 모두에 친족관계를 요하는 다수설과 판례에 따르면(대법원 1980. 11. 11. 선고 80도131 판결) 현금자동지급기내 현금 절도죄에 있어 현금자동지급기의 관리자에게 점유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 컴퓨터등 사용사기죄에 있어 피해자는 금융기관이므로(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2704 판결), 모두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피해금을 종국적으로 남편이 인수한 점에 착안하여 피해자를 남편으로 보게 되는 경우(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헌재 결정으로 적용중지된 친족상도례의 시적 적용범위, 즉 행위시와 재판시의 형벌법규에 변경이 있는 때 신법의 소급효, 구법의 추급효가 문제됩니다.
우리 「형법」은 행위시법주의를 취하는데(제1조 제1항) 행위시에 있던 처벌조각사유가 사후입법으로 제거되는 경우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소급효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허용될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사건(헌재 1997. 1. 16. 90헌마110, 90헌마136)에서 헌재는 “特例法 제4조 제1항은 비록 刑罰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불처벌의 특례를 규정한 것이어서 위 법률조항에 대한 違憲決定의 遡及效를 인정할 경우 오히려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자들에게 형사상의 불이익이 미치게 되므로 이와 같은 경우까지 憲法裁判所法 제47조 제2항 단서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그 규정취지에 반하고, 따라서 위 법률조항이 憲法에 위반된다고 선고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자들을 소급하여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하고, 제3항에서 ‘제2항에도 불구하고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헌재는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변형결정으로 적용중지를 명한 것은 원친간 범죄의 형식판결(공소기각) 대비 근친간 범죄의 실체판결의 불균형 해소와 처벌의 경중 등 입법재량을 보장함과 더불어, 위 조항의 적용을 중지함으로써 구법시 행위자를 위한 보호규범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소급효를 제한한 것으로 보입니다.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개정 2005.3.31>
② 제1항이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개정 1995.12.29>
③ 전 2항의 신분관계가 없는 공범에 대하여는 전 이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헌재 2024. 6. 27. 2020헌마468 등 형법 제328조 제1항 위헌확인 등 결정」
“심판대상조항은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일정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와 관련하여 형사처벌의 특례를 인정하는 것에 있음이 아니라, 넓은 범위의 친족에 대해, 재산범죄의 불법성의 경중을 묻지 않고,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형면제’를 함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이 형해화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데에는, 현실적 가족ㆍ친족 관계와 피해의 정도 및 가족ㆍ친족 사이 신뢰와 유대의 회복가능성 등을 고려한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의사표시를 소추조건으로 하는 등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며, 입법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그 적용을 중지한다. 입법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25.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2025. 12. 31.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판대상조항은 2026. 1. 1.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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