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법

구하라법

by 법나루 2024. 12. 25.

 

상속권 상실선고 대상 보험금

 
 상담을 오신 분은 지난 달 말경 안타까운 사고로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신 분인데, 보험사에서 보험금의 절반만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생모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지급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생모는 아들이 젖먹이 때 집을 나가 평생을 찾아보지 않았고 내담자와 이혼한 때도 아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 모두를 포기했는데 어떻게 상속분을 주장할 자격이 될 수 있느냐며 협의이혼 서류 사본을 제시했으나 보험사는 요지부동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보험계약자가 내담자인 것, 보험료를 내담자가 납부해왔다는 것 등은 하등의 이유가 되지 않고, 수익자가 누구로 표시되어 있는지에 따라 상속재산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살펴야 합니다.
 예컨대, 수익자가 지정되지 않은 경우(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 '상속인', '법정상속인'이라고 기재된 경우(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5다236820, 236837 판결)라면 이는 상속재산이라 할 수 없어 상속권을 다툴 대상이 아니며, 피상속인을 수익자로 한 경우만 상속재산으로서 논할 수 있습니다.

 보험실무상 생명보험은 수익자를 피상속인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드물며, 상해보험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보험증권이나 계약내용을 들여다보아야 상해보험인지 여부, 피상속인이 수익자인지 여부, 계약자가 지정권을 보류한 여부(상법 제733조, 제739조)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인바, 상해보험으로서 피상속인이 수익자인 상속재산이라는 전제하에 보면 직계존속인 부모가 공동상속인이며(민법 제1000조 제1항 제2호), 이혼했는지 여부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상속분은 균분이므로(민법 제1006조, 제1009조 제1항) 2분의1은 생모의 것입니다.

 위와 같은 전제에서 보면,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의 상속권 상실 선고(2024. 9. 20. 개정법률 제20432호 민법 제1004조의2)의 대상임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위 개정규정은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나목 15) 신설규정과 함께 2026. 1. 1.부터 시행됩니다.
 그리고 부칙 제2조(상속권 상실 선고에 관한 적용례)에서 ‘제1004조의2의 개정규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로서 같은 개정규정 시행 전에 같은 조 제1항 또는 제3항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라는 소급규정을 두었으므로 아들이 사망한 2024. 11. 말경부터 6월이 지나기 전 청구가 가능합니다(단, 부칙 제3조에서 개정규정 제3항 각호 사유에 한하여 2026. 1. 1.이후 6개월 내 청구의 특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개정 「민법」 제1004조의2 제1항은 피상속인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 등을 한 직계존속에 대한 상속권 상실의 의사표시를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제3항은 공동상속인이 위와 같은 직계존속에 대한 상속권 상실의 선고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직이 이 개정 법률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지극히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은 다음과 같이 제안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 구하라씨의 경우를 비롯해 천안함, 세월호 사건 등 재난재해 사고 이후 피상속인을 부양하지 않은 상속인이 보상금,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등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었으며,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상속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음(헌법재판소 2024. 4. 25. 선고 2020헌가4 등). 이에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 또는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등에는 피상속인의 유언 또는 공동상속인 등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불합리한 상속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임(2024. 8. 27. 제417회 국회 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반적인 생명보험의 보험금이나, 국가에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심지어 국민성금도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개정법률의 적용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상속제도 개선으로 해결될 일이 애당초 아니었습니다(내담자 사례와 같이 상속인 고유재산으로 간주되는 보험금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면 민법이 아닌, 상법을 개정했어야 했습니다).

 법률에 의한 각종 유족보상금, 사망조위금(공무원 재해보상법 제37조, 제39조, 제43조 제2항,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제42조, 군인 재해보상법 제39조, 제41조 제2항, 선원법 제99조, 제100조), 유족연금(공무원 재해보상법 제36조, 제38조, 공무원연금법 제54조,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제42조, 군인연금법 제30조, 국민연금법 제72조), 유족급여(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2조,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 제27조) 등도 상속재산으로 볼 수는 없으나, 개별 법률에서 양육책임에 따른 급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경우는 상속권 상실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가령 공무원연금법 제63조 제4항,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44조 제4항, 군인연금법 제39조 제3항, 군인 재해보상법 제43조 제4항, 선원법 제103조의2 제1항,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법 제31조의3 제2항).

 국회의 제안이유에서는 "천안함, 세월호 사건 등 재난재해 사고 이후 피상속인을 부양하지 않은 상속인이 보상금,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등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함"이라고 했으면서도 정작 본질에서 벗어나 구태의연한 곳에 손을 대고 말았으니, 구하라법이라고 하면서도 그 의미는 퇴색되었습니다.

 가사비송사건은 심판에 폭넓은 재량을 부여하므로 직접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공평 타당한 결론에 이를 수 있지만, 가사소송사건은 법률의 규정에 근거해야만 판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울산지방법원은 국민의 사법접근성 강화와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회, 법무사회 등 법률 관련 외부기관 및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법률상담서비스를 사법접근센터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울산지방법원 종합민원실 사법접근센터 법률상담관 이성진법무사(월-금 10:00-12:00)

'사회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물사고  (5) 2024.09.22
별제권자  (1) 2024.09.09
착오송금  (0) 2024.08.18
우범소년  (0) 2024.06.21
소송구조  (2)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