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정법

매도청구

by 법나루 2024. 8. 10.

 

주택재개발지역 끝물 매도청구

 
상담오신 부부는 주택건설사업 대지조성사업자로 보이는 법인으로부터 매도청구를 받은 주택재개발사업지구 내 토지소유자로서, 위 법인사업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의 소를 받았는데 최근 감정평가서가 법원에 보고되었다고 하여 얼마에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감정서를 열람하여 복사해 왔습니다.

 감정서의 복잡한 계산근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때문인데, 평당 얼마 치이는지 감을 잡기 위해 평으로 환산해 달라고 합니다. 내담자 부부가 소유한 토지는 지상주택을 포함하여 약 4억5,000만 원에 감정이 나온 듯 보이는데, 1년 전만 해도 16억의 호가에도 안팔았는데 이런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받고 나갈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우선 앞서고 말문이 막혀 한숨이 먼저 났습니다. 
 30년 전, 법무사시험에 합격하기 직전까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할 때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재건축사업에 딱지거래와 인정작업의 음성적 관행이 만연하던 그 인간군상에서 한 해라도 어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기억을 잠시 돌이켜 보면 내담자가 소송을 받게 된 과정은 구구히 듣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주택법」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근거한 지역주택조합이나 재개발, 재건축사업자들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전 협의매수단계에서 이른바 시행사를 내세워 토지조서와 물건조서를 들려 반관반민의 과장된 바람잡이로 용역을 준데 편승한 무등록 중개업자, 인정, 떼기, 찍기 등 잔기술로 평생 잔뼈가 굵은 반사반달들이 중간에서 챙겨가는 막대한 피(마진)로 인해 결국 재개발사업이 넘어지고 또 새로운 사업자가 난립하는 등 재건축 내지 신축아파트 분양가 거품의 원죄와 탐욕을 목도하게 되는데, 당시 쉴새 없이 쏟아지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력의 기대감으로 들불처럼 번지던 그 투기바람에 숟가락을 얹었던 공인중개사 동기들은 학교를 갔다왔다는 소문도 있고, 다른 업종으로 전업했다는 소문이 가끔 흉흉하게 들릴 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나쁠 것까지는 없지만, 협의매수를 마치 수용인 양 과도하게 긴장한 나머지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집이고, 뼈를 묻어야 할 터전이고, 심지어 강제이주 당하는 박해까지 동원되는 등 지나친 보상심리가 발동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단군의 자손이라서 그렇다고도 하고, 혹자는 외세의 침입과 탄압에 끊임없이 시달린 유전자의 힘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토지보상법」에 의한 협의취득의 법적 성격은 '사법상 매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두51719 판결)에 불과하고, 사업시행자에게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행정처분으로서의 수용은 아니며, 수용의 전단계도 아니므로(수용은 원시취득, 매매는 승계취득으로 엄격히 구별됨) 이의신청이나 수용재결 및 이의재결 대상도, 행정소송 대상도 아닙니다, 즉, 보상이 아닌 거래(합의)에 불과하므로 거래가액은 오직 매도인과 매수인 당사자간 결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문제는 값을 높여받기 위해 너무 오래 끌 경우 악성매도인으로 분류되어 매도청구 대상자로 남겨질 위험이 있다는 종기압박이 일반매매와 다른 점입니다. 이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행사되어야 할 재산권의 한계(헌법 제23조 제2항) 때문이고, 본래 인간의 창작물이 아니었던 토지에 있어서는 현저합니다. 이 같은 법률유보(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 제37조 제2항 전단)에 따라 「토지보상법」을 대표법률로 하여 이를 준용하는 각종 개별법령과 그 법령 중 「토지보상법」 제28조와 같은 보충적 강제수단으로서 매도청구권이 등장합니다. 이는 형성권으로서 그 행사만으로 매매계약이 성립되고(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5다202162 판결) 매매대금의 결정과 소유권이전등기는 후속절차에 불과하게 됩니다.

 「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필요한 주택건설사업의 경우 해당 대지면적의 80퍼센트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나머지 대상 대지소유자, 「주택법」 제22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퍼센트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나머지 대상 대지소유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4조 제4항에서는 2개월 내 조합설립 및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 회답을 하지 않은 조합설립 및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4항에서는 2개월 내 재건축 참가여부 회답을 하지 않은 재건축결의에 찬성하지 않은 구분소유자 등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토지수용법에서 설치한 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해 엄격한 절차에 의한 수용 및 사용재결(토지보상법 제34조), 재결에 대한 이의신청(토지보상법 제83조), 재결에 대한 행정소송 및 이의재결에 대한 행정소송(토지보상법 제85조)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기까지 시가감정과 시장조사를 거쳐 정당한 보상이 되도록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보상은 피수용재산이 갖는 재산적 가치를 충분하고 완전하게 보상하는 완전보상을 의미하는 것(권영성 헌법학원론 신정판 법문사 1993, 464면; 김철수 헌법학신론 전정신19판 박영사 2009, 659면; 허영 한국헌법론 전정20판 박영사 2024, 578면).'이라는데 학설과 헌재의 견해(헌재 1989. 12. 22. 88헌가13 결정; 헌재 1990. 6. 25. 89헌마107 결정; 헌재 1993. 7. 29. 92헌바20 결정; 헌재 1995. 4. 20. 93헌바20·66, 헌바4·9, 95헌바6 결정; 헌재 1998. 3. 26. 93헌바12 결정)는 일치를 보이는데, 판례는, "손실보상에 대한 헌법 제23조 제3항의 "정당한 보상"이 객관적 가치의 완전한 보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보전을 의미한다는 것(대법원 1990. 6. 12. 선고 89다카9552 전원합의체 판)."이라고 하여 불안을 야기합니다.

 가령, "수용대상토지의 보상가격을 정함에 있어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비교한 금액이 수용대상토지의 수용 사업인정 전의 개별공시지가보다 적은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 제9조, 토지수용법 제46조가 정당한 보상 원리를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99두7968 판결)."는 판례도 내담자의 상황에서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담자 부부는 보상대상 토지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지나치게 저평가 되었다며 이의신청 할 수 없겠느냐고 하나, 앞서 본바와 같이 매도청구는 문언자체로 사법상의 매매에 불과하여 수용이 아니므로 재결을 받을 대상이 아니고 계속 중인 이 사건에서 매매대금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알려드리니, 그렇다면 이웃한 토지까지 함께 매수하도록 주장할 수 없는지도 물어왔습니다. 매도청구 대상 토지만 팔면 나머지 토지는 이주하는 마당에 쓸모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택법」 제24조 제2항에서는 사업주체가 대지조성 과정에서 대상 토지나 정착물 및 그 토지나 물건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를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27조에서 토지보상법을 준용한다고 하므로, 이웃한 토지는 재결수용의 대상이 될 지언정 계속 중인 매도청구 대상 토지와 묶어 매수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토지보상법」 제73조 제1항에서 잔여지 손실 보상을 규정하고 있는데, 잔여지의 가격 감소분과 잔여지에 대한 공사의 비용을 합한 금액이 잔여지의 가격보다 큰 경우에 사업시행자가 매수할 수 있다고 하여 2차적이고 보충적입니다.

 못내 아쉬움과 억울함으로 상담시간 내내 지난 일을 되뇌이는데 대해, 10년 전부터 보상작업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계약금 받은 것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물으니, 받기는 받았는데 흐지부지 되었다며 그 돈도 물가상승에 비하면 적고 그동안 묶여 있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부족하다고 합니다. 엄격히 보면 이중매매의 부당이득이긴 하나 소멸시효완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그 받은 돈을 감안하여 현재 계속 중인 매도청구 사건에서 조정을 통해 사정을 잘 설명하면 감정가에 구속되지 않고 보다 넉넉한 대금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 드렸습니다.

 주택건설사업과 같이 큰 사업을 하는 기업은 가급적 민원이나 원한을 사지 않으려 하고, 특히 길흉화복에 관한 감수성이 높은 우리 한국사회에서, 건설과정에서의 사고나 분양 이후 입주할 장래 고객을 위해서라도 용산참사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같은 사회문제 내지 계급투쟁의 저항의 흔적이 남지 않기를 바랄 것이므로, 법령만을 생각한다면 94퍼센트 막바지에 최고가 협의금액으로 받아 나간 사람과 보상협의 끝물에 매도청구를 받은 사람과의 형평이 심각할 정도로 차이가 벌어지기는 했으나, 어느정도 조정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소송대리인이 작성한 준비서면을 볼 때, 아무리 객관적인 감정가가 나왔어도 피고의 심기를 고려하여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원한다는 완곡한 표현도 이 같은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입니다.


 울산지방법원은 국민의 사법접근성 강화와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회, 법무사회 등 법률 관련 외부기관 및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는 전문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법률상담서비스를 사법접근센터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합니다. 울산지방법원 종합민원실 사법접근센터 법률상담관 이성진법무사(월-금 10:00-12:00)

'행정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진위원  (1) 2025.01.03
말소등록  (0) 2024.08.17
배기소음  (0) 2024.03.02
연금취소  (1) 2023.12.08
행정서사  (1) 2023.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