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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정식재판

by 법나루 2026. 2. 19.

 

정식재판 청구와 소송절차이분론의 딜레마

 
 상담을 청하신 분은 어느 정도 형사절차에 대한 공부가 되신 분으로서 경찰, 검찰, 법원으로 이어지는 수사, 소추, 재판 절차를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형사절차에 휘말리게 됨에 따라 관련 정보를 수집하며 대응책을 연구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야간에 반려견과 산책을 나섰다가 10대 청소년들과 시비가 붙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멱살을 잡은 것이 화근이 되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진 사건입니다.

 정식재판청구서와 국선변호인선정신청서 등은 별 어려움 없이 작성할 수 있었지만 정식재판 청구이유를 적지 못해 상담실을 찾은 것입니다. 가장 큰 난관은 공소사실 부인과 양형부당의 택일과 각기 그 전망에 관한 것입니다.

 즉, 공소사실에 있어 먼저 욕설을 한 사실이 없고, 멱살만 잡았을 뿐 끌어당기며 폭행한 적은 없다며, 대부분의 공소사실이 10대 청소년들의 거짓 진술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해명은 조금도 반영이 되지 않은 채 경찰관이 작성한 송치의견 그대로 약식명령이 청구되고 법원은 그대로 이를 재가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경찰관으로부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못 다한 주장은 탄원서로 제출해도 된다고 안내받았는데, 검사가 사건을 송치 받은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며 피의자로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정식재판 청구서를 보면, □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 벌금액수가 너무 많다. □ 기타 등 3가지 해당란에 체크 표시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내담자는 ‘기타’에 체크표시를 했는데, 공소사실 중 일부 표현을 다투면서도 멱살 잡은 사실은 인정하므로 결과적으로 양형을 조정받고 싶은 외에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노골적으로 양형부당을 주장하기에는 공소사실을 자인하고 들어가는 형국이 되어 마뜩치 않다는 뜻입니다.

 내담자와 같은 딜레마는 범죄사실의 객관적 인정과 행위자의 주관적 양형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 형사소송절차에 있어 소송절차이분론의 입법론적 함의를 가집니다. 
 배심제도를 배경으로 유죄의 평결(conviction)과 형의 선고(sentence)를 엄격히 구분하는 영미의 형사소송과 달리, 사실인정과 양형절차를 구별하지 않는 대륙의 형사소송 제도를 계수한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판절차를 유무죄와 양정으로 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책임은 행위자의 인격을 떠나서 판단할 수 없고 일반적인 범죄요소도 양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근거로 합니다.

 이에 따라 공소사실을 다투어 무죄를 주장하면 반성하지 않는 불리한 정상으로, 형의 양정을 다투어 감형을 주장하면 유죄를 인정하는 자백이 되어 아래 판례와 같이 어느 모로나 유죄일 수밖에 없는 사실상의 규문주의에 함몰될 위험이 있습니다. 

 형법 제51조 제4호에서 양형의 조건의 하나로 정하고 있는 범행 후의 정황 가운데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의 피고인의 태도나 행위를 들 수 있는데,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므로(헌법 제12조 제2항),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은 방어권에 기하여 범죄사실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범죄사실을 단순히 부인하고 있는 것이 죄를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인격적 비난요소로 보아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그러한 태도나 행위가 피고인에게 보장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될 수 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1도192 판결).

 내담자의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18세 미만 아동(아동복지법 제3조 제1호)의 멱살을 잡은 소위만으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제17조 제3호)’ 또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같은 조 제4호)’를 인정하는데 무리가 없는데도, 누가 먼저 욕설을 했느냐 끌었느냐 밀었느냐는 따위는 사족에 불과하여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보입니다.

 또한 피의자로서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는 주장은 당사자주의에 따른 소추기관에 대응한 피고인의 형사절차상의 권리일 뿐 규문적 구조의 수사단계에서는 관철하기 어려운 요구입니다. 검사를 행정기관으로 오인한 데 따른 것으로서 탄원을 한다한 들 장차 법정에서 대면하게 될 반대 당사자에 대한 전략 노출에 불과합니다. 

 즉, 검사가 피의자의 탄원을 수렴하는 경우란 법정에서 무죄가 나오는 좋지 않은 상황을 대비한 소추의 완결성에 대한 보완일 뿐이고, 피고인과의 투쟁에 자신이 있는 경우라면 장차 유죄를 받아낼 예비 피고인인 피의자의 억울한 사정을 받아 들일리 만무하므로 검사에게 탄원서를 제출할 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유는 그 자체로 어린 소리입니다.


 울산지방법원 사법접근센터 민원상담관 이성진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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